차트 빈집 털이는 음원 차트에서 대형 아티스트들의 신곡 발매나 음원 경쟁이 비교적 적은 비수기(빈집) 시즌을 노려 음원을 출시하는 마케팅 전략을 뜻합니다.
설이나 추석 명절 연휴, 연말/연초 또는 대형 스포츠 행사, 예를 들어 월드컵 및 올림픽 시즌에는 통상 음원 이용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차트 빈집 털이를 하기에 아주 적당한 시기로 볼 수 있습니다.
위 그래프는 2024년 추석 연휴 전후의 주간 음원 이용량을 나타낸 것으로, 추석 주간에는 이용량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보통 연휴 기간 중에서도 추석 당일의 음원 이용량이 가장 적습니다.
명절 연휴 음원 이용량 감소 이유?
연휴 기간 나타나는 음원 이용량의 급격한 감소는 국내 음악 소비 시장 특유의 라이프스타일 패턴을 통해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국내 음원 시장은 주말보다 평일에, 하루 중에서도 출퇴근 시간대에 이용량이 집중되는 '통근 중심형' 구조를 보입니다.
따라서 연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출퇴근길의 고정 음원 소비 수요가 사라지게 됩니다. 나아가 여가 시간대 지인과의 오프라인 모임 및 평일에 미뤄두었던 TV/OTT 시청, 모바일 게임, 영화 관람 등 타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이용자의 물리적 시간 자원이 재배분됩니다.
결국 연휴 기간의 음원 소비 감소는 단순한 음악 청취 감소라기보다, 휴일 동안 지인 만남 및 대체 엔터테인먼트 수단과의 시간 점유율 경쟁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사용자의 시간 분산 현상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음원 이용량이 감소하면 어떻게 될까?
연휴 기간처럼 전체 음원 이용량이 줄어들면, 차트 상위권 유지나 진입에 필요한 절대적인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수치 기준 역시 함께 낮아지게 됩니다. 이는 과거 이용량이 급감하는 심야 시간대에 막강한 팬덤의 화력(총공 및 스트리밍)이 집중되며 특정 음원이 손쉽게 차트 상위권을 오를 수 있었던 패턴과 유사합니다.
결과적으로 전체 파이가 작아진 상태에서는 대중적 인지도나 대형 마케팅 없이도 팬덤의 집중적인 스트리밍 지원이나 SNS 챌린지, 바이럴 효과 같은 작고 우연한 외부 자극만으로도 차트 순위가 단기간에 급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게 됩니다.
2024년 연말 음원 이용량
위 그래프는 2024년 연말 음원 이용량 추이를 나타낸 것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인 52주 차로 갈수록 이용량이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 업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빈집 털이' 성공 사례로는 2015년 12월 30일에 음원을 발매해 이듬해 1주 차 차트 2위까지 오른 김나영의 '어땠을까'를 꼽을 수 있습니다. 당시 김나영이라는 가수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터라, 차트 상위권 진입을 두고 여러 의혹이 일기도 했습니다.
연말에는 왜 음원이용량이 감소할까?
과거 국내 음악 시장에서 12월은 전형적인 비수기 시즌이었습니다. 당시 아티스트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말 시상식에 집중하거나 팬 서비스 차원의 크리스마스 시즌송을 발매하는 데 그쳤고, 대형 신곡 출시는 사실상 드물었습니다. 최근 K-POP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되며 연중무휴 체제로 변화함에 따라 이러한 비수기의 경계는 점차 옅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합니다.
또한 12월의 음원 소비 흐름을 살펴보면, 12월 초부터 활발히 소비되던 겨울 시즌송의 스트리밍량이 12월 25일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성탄절 직후부터 연말까지의 일주일은 신곡 출시가 사실상 부재한 데다 시즌송 수요마저 빠르게 감소하면서, 음원 차트 전반에 일종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빈집털이의 필수 전제조건 ?
음원 차트에서 이른바 '빈집털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시장 전체의 음원 이용량이 대폭 감소하는 '차트 공백기'에 신곡을 발매하는 것이며, 둘째는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초기 트래픽을 폭발시키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김나영의 '어땠을까' 사례를 살펴보면, 음원 발매 타이밍에 맞춰 SNS상에 라이브 가창 영상을 집중적으로 노출시켰습니다. 해당 영상이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하며 발생시킨 초기 유입은 차트 순위 상승에 직접적인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음원 플랫폼의 집계 알고리즘 특성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습니다. 예컨대 국내 대표 음원 사이트의 경우 TOP100 순위 산정 시 다운로드 반영 비율이 60%에 달합니다. 이로 따라 차트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신곡으로 집중되는 소수의 다운로드 물량만으로도 순위를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됩니다.
올해 추석 연휴는 어떨까?
올해 추석 연휴는 예년에 비해 짧은 편입니다. 연휴 기간이 4일 정도로 비교적 짧을 때는 이용자들의 이동 및 오프라인 모임 집중도가 더욱 밀집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9월 24일(목)과 25일(추석)에 걸쳐 절대적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수가 현저히 감소하는 '차트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빈집털이, 시장의 순기능과 재발견의 기회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흔히 '빈집털이'라는 단어는 편법이나 차트 맹점을 이용한 전략처럼 비쳐 부정적인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 관점에서 보면 이는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형 기획사의 막강한 자본과 팬덤에 밀려 평소 차트 진입조차 어려웠던 인디 아티스트나 숨은 명곡들이, 이 같은 트래픽 공백기를 거쳐 차트 상단에 노출되는 '선순환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 역시 차트 상위권이라는 노출 창을 통해 기존 톱스타 위주의 플레이리스트에서 벗어나 신선하고 완성도 높은 숨은 노래를 재발견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즉, 전략적 빈집털이는 자본 중심의 차트를 다양화하는 유용한 통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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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약력>
1990년대 말 미국 인디애나 주립대학교에서 뮤직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CT 대학원에서 Cultural Management & Policy 석사학위를 받았다. 음악업계에는 1999년에 처음 입문하였으며 2009년에는 KT뮤직에서 차장 지냈다. DSP미디어 ‘카라프로젝트’ 전문심사위원과 Mnet ‘레전드 100송’ 선정위원, 써클차트 K-POP어워드 심사위원, 엠넷 MAMA 심사위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심의위원,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자문위원,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추천위원, ‘SBS 인기가요’ 순위 산정방식을 설계할 때 알고리즘 자문을 맡기도 했다. 현재 음악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대표 저서로는 ‘뮤직비즈니스 바이블’과 ‘궁금했던 뮤직 비즈니스 이야기’가 있다.
Email: littlegiant911@gmail.com